홀로 쪼리를 고르며 -인연은 고민할 일인가

쪼리 하나 고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저런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건 싸지만 불편해보여. 저건 편하지만 빈해보여. 에이, 쪼리 한짝인데 브랜드가 너무 눈에 띈다... 신발 한짝에 대한 사정이 이러한데, 좋은 친구, 사랑하는 사람과 인연을 맺는 일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가 말이다. 인연에 대한 고민을 우리가 과연 감당해낼 수 있는 것인가 말이다. 고민할 수밖에 없지만, 백날 고민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을 텐데.

돈이 많으면 고민할 필요없다.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산다. 아니면 제일 비싼 것을 산다. '경제력'과 '인연을 쉽게 다루는 태도'에는 어떤 인과관계가 있다. 사랑을 찾는 일이 고민할 일이 아니긴 하지만, 고민을 안할 수 있다면 그걸 두고 특별한 인연이라 할 만 한가? 지지리 궁상과 진정, 퍼스트클래스의 신용카드와 헛정이 끼리끼리 모여들 거란 생각은 내가 돈이 없기 때문인가.

돈이 많아서 고민하지 않을 수 있으면, 진짜 좋은 건지 묻고 있다. 물건 살 때는 좋고 인연을 맺을 때는 안 좋은데, 물건을 사며 고민하고 있는 나는, 괜히 인연을 맺는 일을 끌어들여 돈 많아도 별 수 없다며 위로하고 앉아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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