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따까리들 (단상)
나를 위해, 품위있게 돈 쓰기
koddaggari
2011. 7. 20. 16:15
돈 얘기를 하다보니 말인데. 여행 중에 큰 마음먹고 혼자 호텔부페에 간 적이 있다. 아침이 가장 저렴해서 나는 아침을 저녁같이 먹고 있었다. 옆자리의 신사는, 혼자서도 즐거운 표정으로 천천히 공들여 한 접시를 비우고, 신문을 보면서 커피를 진득하니 마시고는, 팁을 내어놓고 나갔다. 그 신사가 돈이 넘쳐 아침식사를 호텔부페에서 하는, 그런 느낌이 아니어서 참 멋있었다. 돈이 넘쳐 음식을 거칠게 다루는 이들이 주변에 넘쳐서, 느낌은 단연 돋보이는 것이었다. 자기에게 투자하는,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물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나와 같은 여행객이겠다. 나도 비슷한 마음으로 옆 테이블에 있지만, 눈이 뒤집혀 많이 먹으려고 하는 나와는 품위의 측면에서 완전히 달랐다.
나를 위해 돈을 쓸 수 있냐는 것은, 돈의 많고 적음에 관련한 문제다. 사회적인, 그리고 애정에 의한 강요아닌 강요들을 다 수행하고도 나에게 투자할 돈이 남느냐 아니냐.... 우리 아버지들은 술자리에 수백만원을 쓰고 자식들에게 명품가방을 사주면서, 왜 당신은 변변한 구두 한 짝 없으신가 말이다. 우선은 많이 벌어야 한다, 사랑하고 또 사랑받기 위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수록 남들에게 쓰는 돈과 나에게 쓰는 돈의 격차는 줄어들 것이다. 슬프지만 현실적인 상관관계다. 결국은 나를 위해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품위있게 쓰는 것은 또 전혀 별개의 문제다.
품위있는 소비는, 사회적 지출과 개인적 지출의 간격이 적을 때에 가능하다, 오늘 단상의 결론이다. 돈 많이 버는 것을 위주로 이야기했지만, 정작 나는 다른 방식에 관심이 있다. (돈이야 지금 당장 많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사회적 지출을 개인적 지출의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닌가, 말이다. 얼마나 돈이 많냐는 것은 품위있는 소비의 첫 번째, 필요조건이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 '어느 정도'의 돈을 벌었으면(그 어느 정도가 너무나도 편차가 크지만), 이제 관건은 두 지출 간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두 번째 필요조건이다. 도대체 왜????? 정확히 어떤 심리가 작용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두 지출 간의 간격이 크면 부끄러운 마음이 들고, 품위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사회적 지출이 지나치게 큰 나는 허세스럽고, 개인적 지출이 (사회적 지출에 비해) 지나치게 큰 나는 쪼잔하다.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 나머지 필요조건은, 아마도, '즐김'이다. 돈 많아도 품위없는 소비형태가 태반이다. 그들은 즐기지 못한다. 반대로 돈 없어서 즐기지 못하는 나같은 돼지도 있다. 그보다는 자기 수준에서 즐기면서 돈을 쓰는 쪽이 보기 좋다. 홀로 한 끼의 식사에도 품위있는 저 신사처럼. 품위는 마음가짐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이고, 모두가 알지 못해도 나는 나를 안다. 즐길 수 없으면, 품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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