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따까리들 (단상)
그 순간 나를 기쁘게 해 줄 무언가
koddaggari
2011. 7. 20. 23:04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십중팔구 짠돌이가 된다.돈이 없으면 불안하다.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그러면서 점점 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아낀다 한들 돈이야 계속 줄어드니까. 하지만,
"내가 왜 그때 참지 못하고 아깝게 돈을 써버렸을까!" 후회하는 일은 단 한번도 없다.
"내가 왜 그때 돈 아끼느라 그걸 하지 않았을까!" 후회는 항상 이런 탄식이 된다.
그건 아무래도 끝을 알기 때문이다. 여행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순간은 돈보다 값지다.
여행의 끝은 달력에 표시되어 있지만 삶의 끝은 생각하지들 않고 산다. 여행보다 삶이 더 연장불가인데도.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카지노에서 한 판에 수백만원을 잃는다 하더라도,
그 순간 나를 기쁘게 해 줄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 실패도 삶을 나아가게 한다.
적극적으로 산다는 것도 결국은 자신을 기쁘게 해 줄 무엇인가를 찾아다니는 일이다.
아름다운 빛깔의 조합, 심플한 디자인, 눈을 감기고 코를 들게 하는 향기, 목욕 후 상쾌함, 정다운 인사, 뜨거운 사랑...
돈을 안들이고도 기쁠 수 있는 것은 그래서 참 훌륭한 자질이다. 마르지 않는 풍부한 삶으로 이끌어간다.
2010년 2월. 시드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