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기차. 광저우-구이린. 중국. 2010년 3월.
여행이 힘들어질 때마다 애타게 편함을 찾았다. 불편함만을 생각하며, 불편하지 않을 수 있기 위해 온 마음과 시간을 썼다. 하지만 정작 편하다고 여행이 즐거워지지 않는다. 정말 원하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인데도 몸과 마음이 힘들고 어려워질 때마다 나는 편함을 쫓았다. 잠깐의 고난 뒤에 여행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나는 알아보지 못하고, 때때로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면서까지, 편함을 쫓았다. 그렇게 편하게 돌아다닌 광저우에서, 나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물론 고난이 반드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고난이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편함이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즐거움은 고난과 편함 모두에서 찾을 수 있거나 없다. 딱 부러진 상관관계가 없다. 여행 중에는 편함보다는 고난과 더 빈번히 맞닥드리게 되는 경향은 있다. 단지 그것 때문에, 여행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는 고난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고난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면 그 여행은 줄곧 편함만을 쫓아다니느라 대부분의 시간에 즐겁지 못할 것이다.
광저우에서의 편안한 일정을 이틀 빼버렸다. 구이린으로 가기 위해 12시간 침대 기차를 탔다. 3층 침대의 중간 칸이다.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의 높이, 내 어깨에 간신히 맞아떨어지는 넓이, 짐을 놓느라 펴지 못하는 다리, 12시간 동안 밀폐된 공기.. 등 불편한 것들 투성이지만, 처음하는 경험은 나를 설레게 한다. 말로만 들었을 때 두렵기도 했지만, 여기 누워 짐을 배고 누워 일기 쓰기는 놀라울 정도로 즐겁다.
2010년 3월 18일.
광저우-구이린 행 침대기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