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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닥치고 정치(김어준, 2011), 개인적인 체험(오에 겐자부로, 1964)

koddaggari 2011. 10. 14. 15:42

김어준 잘생겼다....
시바,
조또,
인정한다,
나도 처음에는,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페이지 딱 덮고, 표지에 김어준 행님 한번 보고,
시바, 조또, 인정했다. 김어준 행님, 잘생겼다...

나, 정치, 관심없었다, 근데 이제 관심 생겼다.
200페이지 쯤 보는데, 뭔가 벅차오르더니 눈물이 났다. 도서관이었다, 좀 어이없었다.
참고로 200페이지 찾아봐야 별 거 없다, 어떤 구절이 눈에 들어온 게 아니다.
마음이 젖어들더니 내 속에 감춰져 있던 뭔가가 툭 깨어났다.
내 속에도, 정의감 비슷한 게, 있구나, 있었구나, 하고 놀랐다.

우연을 가장한 계시가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고 우연과 계시를 크게 구분하는 건 아니지만,
직전에 나는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읽었다.
장르도 내용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지만, 어쨌든 내게는 함께 왔고,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적어도, 두 책은 모두 '사람' 이야기다. '사람'을 깊이 파고든 이야기다.
시바, 정치는, 사람 이야기 아니냐고, 왜 몰랐지?
왜 우리는 모르고 있냐고, 정치야말로 사람 이야기다.

<개인적인 체험>은, 기형아 아들을 낳은 직후, 아버지의 갈등 이야기다.
아, 공감한다, 는 식으로 함부로 깝쭉대서는 안될, 그런 일들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 앞에서, 어떤 정치 현안도 힘 없다, 아무 의미 없다,
정치 할아버지가 와서 떠들어대도, 뉘집 개가 짓나, 일 뿐이다.
정치, 시바, 중요하지... 그래봐야 딱 그만큼이다.
사람들은 여러 개인적인 체험들로,
그냥 시바, 졸라 아프다. 맨날 아프다. 뉴스가 아무리 떠들어봐야, 내가 아픈데, 좀 닥쳐줄래.
소련의 핵실험을 주시하고 있던 버드(아버지)는, 아들이 기형아이고보니,
막상 소련이 핵실험을 시작한다는 뉴스를 보고도, 아무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도 된다, 어쩔 거야, 사람 사는 일이 그런데.
버드의 아들은 머리에 머리만한 혹이 있는데, 그게 간지러운지, 자꾸만 손을 뻗어보지만, 닿지 않는다.
시바, 안이 곪아 있으면 끔찍하게 간지러울 거 아냐, 버드는 그때부터 자꾸만 머리가 간지럽다.
자꾸만 머리를 간질어대는 버드를, 우리는 보면서, 눈물이나 조금 흘려볼 수 있다.
간질어봐야 혹도 없는 머리, 해결이 안될거다, 아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공감은 하지만, 꼴랑 그 까짓거, 티내면 안된다.
시바, 티내지 마라, 박근혜는 제발 시장가서 유세하지 마라, 짜증난다.
타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그 정도다.
사람, 참, 외롭다.

그래서 정치, 관심없는 거다. 사람들이 다 제 일로 바쁘다. 나쁜 거 아니다, 그거.
여담이지만,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나는 사랑에 빠져있었다.
나는 촛불시위를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느 날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그 때에 난 군인이라 점호 시간에 각잡고 앉아 있었는데,
서울 밤, 흔들리는 수많은 촛불이 마치 내 사랑을 축복하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건 좀 미안하긴 하다, 시바, 그래도 사람 사는 일이 그렇다. 안 그런 놈들이 이상한거다.

투표는, 최선을 고르는 게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거라고, 
친구가 성토한 적이 있다.
그 때는 느끼지 못했다, 최악을 피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의미인지.
잘생긴 김어준 행님이, 최악을 피하는 게 어떤 건지, 이명박과 이건희를 예로 들어 설명하니,
갑자기 밝아진다, 정치는, 사람이다.
정치가, 그 본질은, 사람을 알아보고 사람에 기대하고, 그 귀한 사람을 지키고,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닥치고 정치!>는 결국, 그런 말인 것 같다. 

개인적인 체험들로 아프고 또 아픈 우리 인생.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외로울 뿐이다.
그래도 시바, 우리 모두 아픈데,
저 먹을 것만 찾는 멍뭉이 자식보다는,
별로 해줄 수 있는 것 없다는 걸 알면서도 조용히 옆에서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
멍뭉이 아니라 사람이 낫잖아. 
정신없이 아프다가고, 또 시간 지나보면 또 살아야 한다,
멍뭉이보다 사람들이랑 살면 좋잖아.
정치, 그런 거다. 그런 사람들 골라, 우리 옆에 있어달란거다.
그런 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

훠어이, 동물들은 가라. 시바, 맞기 전에. 


닥치고정치김어준의명랑시민정치교본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지은이 김어준 (푸른숲,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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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체험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오에 겐자부로 (을유문화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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