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내 반정부 시위가 여행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한다. 두려움이 걱정거리를 키운다. 태국 전체가 마비될 거라 우려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만약 그렇다면 어짜피 할 수 있는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믿을 만한 정보에 의지해야한다. 방콕에서 오래 살아오신 동대문 여행사 사장님을 찾아가 물었다. 제일 믿을 만한 의견일 텐데, 그의 조언에도 힘이 실려 있지 않다. 내가 3일 뒤 18:45에 비행 일정이 있다고 말하니까, 15일 새벽에 공항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택시를 타면 좋고, 여의치 않으면 수상보트를 타고 방콕 남부로 끝까지 내려가서 거기서 택시를 타는 방법이 있다. 15일까지는 밖으로 나가지 말고, 여행 일정은 접어두고, 주는 밥 먹으면서 푹 쉬라고 했다. 시위자들이 여행자들에게 적대적으로 돌변할 지 모른다고.
그날 밤, 아터를 만났다.
아터는 아주 자신있게, 움츠려 있는 나를 비웃었다. 아주 놀라운 젊은이를 보겠다는 표정이었다. 인도네시아의 현지인 영어강사인 아터는, 자기도 젊었을 때 숱하게 시위를 했지만 구경 온 여행자에게 반감을 가진 적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들에게 국내 사정을 알리려 친절했다고 했다. 일리있는 말이었다. 두려움이 걷히고 있지만,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한 채로 아터와 함께 시위 장소로 나갔다.
시위에 참가한 민중들은 친절했다. 생수와 군것질거리들을 나누어주었다. 낮에는 돈 주고 사먹었던 것들이었는데, 이 밤에는 모두의 것이었다. 큰 잔치였다. 촛불 시위의 느낌이었다. 아터는 계속 놀려댔다. "오, 저기 저 사람이 우리를 때릴지 몰라 조심해. 성민.", "이 생수에 수면제가 있을 지 몰라, 내가 먼저 먹어볼게." 등등.. 나 역시 아터가 놀려대고 있는 그 겁쟁이가 우습게 느껴졌다.
나와 아터, 그리고 친구가 된 성훈이는 시위하는 내내 잘 놀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우리가 파타야로 떠난 다음날, 바로 그 장소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한 사람이 즉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행자를 향한 총격전은 아니었지만, 시위는 점점 과격해졌다고 했다. 다음날, 어떤 여행자가 필요 이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다가 구타를 당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뭐, 결국 동대문 여행사 사장님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아터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고...
하하.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지면 되는 거겠지... 그 정도밖에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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