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

다를 수 있는 사람들마저 다를 수 없는 현실 화려한 프로필보다 당장의 고민이 그 사람을 더 잘 드러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면접보러 온 듯 공적인 프로필을 읊어대면, "그래서 요즘 고민이 뭐야?"라고 물어야 한다. 카이스트(KAIST) 학생들의 고민은, 달라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섞어서 물었다. 가뜩이나 시끄러웠던 카이스트 연쇄 자살 소동에, 나는 언론이 주목한 등록금, 학점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보다도, 그들만의, 그들이어서 가능한 실존적인 고민이 있지 않을까, 혐의를 두었었다. 나와 같은 기대를 가지고 이 글을 읽는다면, 여기서 그만두길. 안타깝게도 "그런 건 없다"고 말했으니까. 함께 중국 운남성을 여행하던 때에, 이 친구는 문학적 감수성과 정치-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나를 놀라게 했었다. '연구실의 박사'에게 뜨거운 가슴은 뭔.. 더보기
헤어져 각자의 운명을. 사람마다 느껴지는 기운이 다른데, 대개는 느껴지지 않을만큼 미미하다. 해로운 기운은 그나마 쉽게 알아본다. 사람이란 게 그만큼 약하고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기운을 만나기는, 적어도 나는, 어렵다. 형편없는 선구안, 무딘 감성 탓일지도. 그래도 이 친구에게서는 뭉퉁하고 뭉클하면서도 바위처럼 밀리지 않는 기운을 느꼈다. 그가 있는 자리는, 알게 모르게 그 부드럽고 묵직한 기운이 점점 차오른다. 자신의 길로 한 발 한 발 꾸준히 나아가고 있었다. 자기의 운명을 실현해가는, 의지의 한 걸음 두 걸음이 나는 인상깊었다. 그 행보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창조적인 일들을 만들어냈다. 우리 학교 교수님들과의 사적인 친분은 물론 국내 유명한 철학자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다거나, 진지하고도 깊이.. 더보기
'쓸데없는 고민'을 변호하다 고민 좀 해 본 사람들에게 고민은, '쓸데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고민, 애를 써도 해결 불가능한 고민,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질 고민이 대부분이라고. 도대체 어떻게 측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민의 95%는 이런 '쓸데없는' 고민들이라고들 말한다. 이런 고민들은 정말로 쓸데없을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사는 데 별 걱정이 없어 보였다. 적지 않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했던 나는 친구에게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함께 놀던 2년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을, 5년만에 만나 테이블에 앉은 지 1시간만에 눈치챌 수 있었다. 그에게는 마르지 않는 지갑과 자꾸만 눈이 가는 외제차의 키홀더가 있었다. 친구와 함께 놀던 시절, 세상은 내게도 만만했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