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녀도 쿨가이도 싫어
'철벽녀', '철벽남'이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철벽 안에 지키고 있는 게 도대체 뭘까요? 굳이 철벽을 깨부수고 싶은 마음도 안들어서 확인은 안했는데, 뭐 별거 있을까,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도 아니고 철벽씩이나 둔다는 데, 이미 김이 팍 새버립니다. 사심없이 이야기나 하자고 말을 걸었는데, 이 짐승이 얻다대고 덤벼드나, 하는 경계의 눈으로 쳐다보면 정말 난처합니다. "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하면 이미 엉덩이를 슬금슬금 뒤로 뺀다구요. 이런 제길, 당신이 나에게 호감이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닌데, '너 따위에게 관심없다'는 확실한 의사를 미리 확인하게 되는 거, 그거 그리 유쾌하지 않아요. 아, 뭐 그렇다고 내가 여기저기 보이는 여자들에게 시덥지 않게 몇 마디씩 던져보는, 그..
더보기
다를 수 있는 사람들마저 다를 수 없는 현실
화려한 프로필보다 당장의 고민이 그 사람을 더 잘 드러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면접보러 온 듯 공적인 프로필을 읊어대면, "그래서 요즘 고민이 뭐야?"라고 물어야 한다. 카이스트(KAIST) 학생들의 고민은, 달라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섞어서 물었다. 가뜩이나 시끄러웠던 카이스트 연쇄 자살 소동에, 나는 언론이 주목한 등록금, 학점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보다도, 그들만의, 그들이어서 가능한 실존적인 고민이 있지 않을까, 혐의를 두었었다. 나와 같은 기대를 가지고 이 글을 읽는다면, 여기서 그만두길. 안타깝게도 "그런 건 없다"고 말했으니까. 함께 중국 운남성을 여행하던 때에, 이 친구는 문학적 감수성과 정치-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나를 놀라게 했었다. '연구실의 박사'에게 뜨거운 가슴은 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