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답은 길 위에 있다. (여행)

가난한 여행자와 더 가난한 현지 가이드. 양숴. 중국. 2010년 3월.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현지 가이드



리장Li-jiang에서 배를 타고 산수를 즐기는데 투어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
싫다는데도 한사코 달라붙더니, 숙소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 아주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뿌리치지 못했다. 70위안을 불렀다. 보트 이용에 50위안 정도 든다고 했고, 버스 왕복 요금이 14위안이라고 보면 70위안은 우리에게 유리한 거래다. 70위안을 부른 것은 "거절합니다.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세요."의 뜻이었다. 당황스럽게도 가이드 아주머니는 70위안에 동의해버렸다. 빼도 박도 못하고 투어를 이용하게 됐다.

이동하면서 아주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눠보려고 노력했다. 귀찮다는 듯 뿌리친 게 미안해서였다. 가난한 여행자라 그런 것이니 이해해주세요. 생글생글 웃는 아주머니는 좋은 사람으로 보였다. 도착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아주머니가 마련해 준 보트를 탔다. 보트가 출발하는 순간,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Bye~Bye" 하며 손을 흔든다. 같이 타지 않느냐고 물어보니까 그러려면 돈을 더 내야 된단다. 
보트를 타고 돌아오니, 역시나, 가이드 아주머니는 도망가고 없다. 

하하하하하......
설마......
.......
왜? 

돌아오는 버스비로 7위안씩 더 들었다. 7위안으로 좋은 경험을 한 셈이라 크게 마음상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고작 21위안 때문에 사기를 감행하는 아주머니의 삶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21위안이 정말로 그럴 만한 돈인가?

아주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5시간 같이 돌아다니고 18위안을 버는 셈인데, 거기다 자기 몫의 버스비까지 뺀다면 고작 4위안이 남는다. 물론 가이드로서 보트 주인이나 버스 차장들과 연결되어 있어 저렴하게 이용하고 차익을 늘리겠지만, 그래도 역시 5시간 노동의 대가로는 분명히 적다. 그래서 안 한다고 했잖아.....

나는 가난한 배낭여행자다. 그래도 무조건 시세보다 더 싸게 이용하려는 마음으로 무턱대고 가격을 깎아내는 데는 반대다.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가격이 시세보다 높다면 나는 그만큼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 서비스란 양보다 질이다. 거래하는 이들 사이의 교감이나 친밀해짐, 만족감 같은 것들이 특정 액수로 대변되는 것은 유쾌하지 못하다. 그래서 팁 문화가 있는 거구나. 팁을 잘 활용하는 것은 시세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정당한 지불이겠구나. 서비스는 받기 전에는 가격을 매기기가 어려우니까.
“시세가 이렇잖아요, 나는 절대로 이것보다 비싸게 이용하지는 않겠어요.”
맞는 말이지만 서비스해주기 딱 싫어지게 하는 말들이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오늘처럼 도중에 내빼는 일마저 생긴다. 

나는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말을 섞었었다. 친해지려고 이름, 가족관계도 묻고, 일이 힘들지 않은지 걱정하는 척도 했다.
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아주머니에게 팁을 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터라 일이 더 씁쓸하게 됐다.
가난한 여행자와 가난한 현지 가이드가 머리 싸움을 펼쳐 현지 가이드가 보기 좋게 승리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얼마든지 나은 이야기가 있을텐데...

다른 이들이 얼마에 거래하든 내가 느낀 만족감 그대로 팁이든 뭐든 지불하기.


 

 

 

 

 

 


불쌍하게 가난한 여행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