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자전거로 가기에는 힘든 길을 엉덩이 아파가며 달려가보면, 호수 앞에서 길이 막힌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빨래하고, 시앙차이를 씻어내고,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있다.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들로 채워진 얼하이 호수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호숫가를 따라 늘어진 산책로, 어울리지 않는 조각들이 새겨진 다리, 똑같이 생긴 벤치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힌 성형미인 호수, 관광용으로 박제된 호수였다면 시원한 바람 외에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겠다.
호수 주변으로는 골목골목길로 이어진 마을들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저 편에 보이는 호수로 가려면 막힌 길을 되돌아 나와 마을을 돌아가야 한다. 덕분에 시골 마을 구경을 실컷 할 수 있는데, 어쩌면 얼하이 호수보다 볼거리가 많다. 왠만한 논보다 넓은 밭, 일하는 농부들, 행렬을 이루어 요란스럽게 관을 지고가는 장례 풍경, 빨래하는 아줌마, 손잡고 지나가는 꼬맹이들 등 시골로 갈수록 우리 시골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할머니가 쟁반 위의 음식을 먹으라고 한사코 권한다. 나는 돈을 받는 것인 줄 알고 한참을 거절했는데, 알고보니 시골인심. 인심을 경계하다니, 중국 여행도 이제 꽤나 몸에 '관성'을 만들어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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