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고 들리는 입장에서 미셸을 이해하려고 해봐야 착각일 뿐이다. 그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 세계에서도 여전한 것들이 보인다. 그녀의 삶에 실린 가족애, 알고자 하는 열의, 학위를 따려는 꿈, 꿈꾸는 삶, 선생님과의 사랑, 그리고 갈등, 행복할 때 짓는 웃음과 그 귀여운 춤, 화났을 때 집히는 것들을 던지는 버릇.. 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나의 삶과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본질적인 것이라고 믿어진다. 눈과 귀가 닫힌 어둠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것들, 보이고 들리는 입장에서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여기까지다. 하지만 삶에서 본질적인 것이란 결국 그런 사람냄새라고 생각한다면, 흘러가는 것들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 있다면..... BLACK의 세상은, 어쩌면 내가 마주한 거친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라고 생각해본다. 미셸이 거북하지 않다면.
"(시에서) '보이는 것이 네가 꿈꾸는 것이다.'"
"미셸은 그 시인과 다른 생각이랍니다. 꿈은 눈으로 보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랍니다."
"눈이 안 보이는 저도 꿈이 있거든요. 제 꿈은 언젠가는 꼭 졸업하는 거에요."
"우리는 실패를 축하했습니다."
"축하해야지.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아이스크림이요?"
"인생은 아이스크림이에요. 녹기 전에 맛있게 먹어야죠."
"제게 여자로서의 품위를 지켜주시려고 당신은 스승으로서의 품위를 버리셨습니다."
세상이 평등하지 않다는 건 뭔가 대단히 불합리한 느낌이다. 나도 싫다. 왠지 괜히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소소한 불평등 너머에서 여전히 굳건한 본질..이라고 해야하나, 그러한 것들을 보고 있을 때면, 불평등이란거, 그저 각자가 다르게 생겼다는 것 정도의 하찮은 의미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대범한 생각도 된다. 자신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인지 알고 주눅들지 않으면 그 뿐이다. 생긴대로 꿈을 꾸고, 그것을 쫓고, 사람들을 사랑하며 사는 삶은 어둠의 세계에서나,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인도의 시골마을에서나, 아, 너무도 돌아가고 싶은 나의 일상에서나 다 마찬가지다.
그리고 계승되는 의지..
그나저나, 이 캐릭터가 넘흐 멋지다는 거다.. (마법처럼 빛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해 몰입하고 있다...)
풍부한 감수성으로 만나는 세상. 꿈을 쫓는 막무가내의 삶, 포기하지 않는다. 믿는대로 뚫고간다.... 보다 큰 꿈을 위해 굽힌다는 미지근한 느낌도 없다. 화가 나면 화를 낸다. 그게 사람사는 방식이고, 미셸도 사람이고, 미셸의 아버지도 사람이고, 처음에는 부딪히지만, 결국에는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난다.
2010년 5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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