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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좋아하세요? (리뷰)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Heavenly Forest. 2006.


아, 사랑해버리면 죽을 수밖에 없는 병이라니....

성장 호르몬을 억제하지 못하면 병도 함께 커져버려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유전병이, '사랑하면 죽는 병'이 되는 까닭은? 사랑하려면 무조건 성장해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건데, 무슨 말일까. 가슴이 덜 부풀고 골반이 커지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는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닐거 아냐. 확실히 중학생들이 서로 좋아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할 수 없나, 그들이 섹스한다 해도.... 왜 그렇지?
어른이 된다는 말은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진다는 말..인가. 설령 그 책임이 죽음이라해도.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이라야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은 '내가 너를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거는 일이라는 그런 말..인가. 사랑은 선택이고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그 책임까지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사랑하는 거다,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사랑할 때 뒤따르는 책임. 그게 뭘까....하늘이 두쪽나는 일이 있어도 무조건 언제까지나 영원히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는 독립 운동같은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진실한 사랑은 마지막 단 한 번일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의 사랑들은 모두 책임지지 못했던 실패작들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마코토는 '완벽한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다. 시즈루가 보기에는 '성숙한 여자'... 시즈루는 마코토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성숙한 여자가 되고 싶었다. 딱히 그녀를 물리치고 마코토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순수하게 마코토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그래서 목숨을 걸고... 어른이 되었다. 자신의 꿈을 스스로 완성한 멋진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죽었다. 마음을 꺼내놓고 함께 나누지는 못했다. 엽서로밖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는 못한 것 같아서 슬프다. 고작 그 정도의 마음을 사랑이랍시고 꺼내어놓고 히히덕거리는 데에는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어른이 된다고해서 죽는 것도 아닌데. 나는 사랑할 자격이 없다. 먼저 어른이 되야... 시즈루는 이런 마음으로 혼자서 카메라에 의지해 뉴욕으로 떠났다. 그리고 2년, 개인전을 여는 작가가 되었다. 나도, 꿈을 매고, 여행을 나왔다. 그리고...? 너는 이제 자신있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나?

어른스런 사랑을 받는 일은 또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말이다.




 

만성 비염으로 다른 사람의 1/100 정도밖에 냄새구분을 못하는 여자아이.

달고사는 피부약 냄새가 컴플렉스라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남자아이.



 


 

"확실히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은 초능력자일지도 몰라. 말을 안해도 그 사람의 본심을 읽을 수 있어.

그는 그녀를 좋아해. 그도 그녀를 좋아해. 그녀는 아무래도 그를 좋아하는 듯 해. 그녀는 다른 누구를 좋아하고...

시즈루도 분명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까 인순간 눈치챈 게 틀림없어. 입학하고부터 쭉 내가... 미유키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만날 수 없다면, 그만큼 중요한 본심들을 놓치게 된다는 거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거다.



 

"머지않아 마코토가 찍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를 정도의 여자가 될 테니까 집안에 온통 내 사진들로 가득하게 만들 정도의 여자가 될 거라고.
...이제부터 성장해서 마코토가 깜짝 놀랄만큼 예뻐져서 어느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여자가 될거야. 그러면 어쩌지? 내가 굉장져버리면!"

"굉장이라니 어떻게?"

"그러니까 뭐든지 말이야. 어디나 모두, 이것도 저것도.
성인 여성이 되어서 가슴이 이렇게 파진 옷을 입고 마코토 앞에서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내가 안경을 벗을 순간이 마코토가 진심으로 놀랄 순간이니까."




 

"확실히 그 사람은 예뻐 아주 예뻐 게다가 자기가 예쁜 걸 알고,
그게 기분 나쁘다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동성이건 이성이건 좋아들 하고 노인들이건 애들이건 좋아할테고
아마 개들도 좋아하지 않겠어? 정말 완벽한 여자."

"왜 이러는 거야."

"나랑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야! 왜 저 사람을 데려온 거야? 여긴 우리 둘만의 장소 아니었어? 우리들만의 소중한 장소 아니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가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간의 사랑. 완벽하지 않아도 거긴 두 사람만의 장소. 왜 완벽한 사람을 둘 만의 장소에 데려오는 걸까...우리는..




"나는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었을 뿐이야."







피부약을 섹스 윤활제로 알고 있는 시즈루. 그런데도 몰래 약을 챙겨주는 마음. 나는 성장하지 못했으니까, 아직은...





 

"그게 사귀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잖아. 짝사랑이라도 그건 그거대로 완성된 사랑이야.

게다가 미유키는 졸업하면 해외로 가버릴 거고.. 지금의 좋은 관계를 일부러 깨면서까지.."

 

"겁쟁이의 핑계네..."



 








"저기, 마코토.. 방금의 키스에 조금은 사랑이 있었을까."






 

"시즈루의 몸은 태어날 때부터 그 병이 있었대. 시즈루가 성장하면 그 병도 함께 자라버리기 때문에
시즈루는 성장하지 않도록 살았던거야.
하지만 말이야 세가와. 시즈루는 세가와를 만나고... 사랑을 해서 세가와에게도 똑같이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을 해서.... 죽은 거야?"


"그래"


"그러면... 나 때문에 시즈루는.."

"그렇지 않아. 시즈루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 설사 병이 진행된다해도 사랑을 하고 어른이 되어서 인생을 완성지을 거라고.
병에 대해서도 세가와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세가와에게 있어 시즈루는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세가와의 마음 속에서 계속 살아있고 싶다고.
시즈루의 편지는 아직도 몇 십통이나 남았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낼 계획이었으니까.
시즈루. 침대 위에서 많이도 썼었어. 즐거워 보였어. 아주 많이. 아주 많이 즐거워보였어."


 



"마코토가 키스해줬던 그 날, 어쩐지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키스가 부끄러웠단 건 아니야.
나는 말만 했지 전혀 어른이 되지 않았구나 생각해서. 그래서 나는 모험을 좀 해보기로 했어. 이름하여 "자립 여행"...
마코토에게 배운 카메라만을 의지해서 난 혼자서 뉴욕에 와봤어.
하지만 결심하고 온 것까진 좋았는데 목적지가 없어서 어쨌든 며칠이고 걷고 또 걸어서 겨우 지금의 사무실에 취직할 수 있었어.
...(중략)....내 첫 개인전과 이 2년간 놀랄정도로 성장해버린 내 모습을, 마코토는 분명 지금의 나를 보면 놀랄거야.
마코토에게 선언한대로 나는 멋진 여자가 되었으니까 마코토는 틀림없이 후회할거야. 역시 그 때 사귀었으면 좋았을 걸 하고.
하지만 실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지금은 단지 마코토를 만나고 싶어. 마코토를 만나서 가능하다면 칭찬받고 싶어.
"잘 해냈구나, 대단해"하고... 그 때처럼 다정한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