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좋아하세요? (리뷰)

[드라마] 정글피쉬2(KBS). 김정환,민두식 연출. 서재원, 김경민 극본.



"회오림 바람에 휩쓸려서 어느 날 정글에 떨어진 물고기 정글피쉬.... 꼭 우리 같지 않아?"
"어른들이 만든 정글의 법칙들... 우리 스스로가 만든 수많은 함정들... 난 바꾸고 싶었어. 이 정글을."


시작과 동시에 '청소년 드라마'라서 찜찜했다. 청소년들에게 가혹한 진실들은 가리워질테니까, 삶의 밝은 빛깔만 잔뜩 덧칠돼 이게 밝은 건지 덕지덕지 밝은 색 물감덩어리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이야기일까봐. 투신자살을 시도한 주인공 '백효안'이 병원에서 죽지 않고 있을 때만 해도 불안불안했다. 결국 아무도 죽이지 못하는 드라마인가.... 미안하지만 '백효안'이 죽으면서 나는 안도했고, 드라마도 점점 긴박감을 띄어갔다.

드라마는 오히려 어둡다. 진지하고 어둡고 무거운 정조를 끌고가는 '사건'이 조금 약하다 싶을 정도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장한 부유층 자제들의 부정입학은, 충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사건의 전말을 파고드는 스릴러의 느낌을 조금 느슨하게 하던지, 전체적인 정조를 조금 약하게 했어야 하지 않을까. "뻥"소리가 하고 터진 뒤 자욱한 연기 속에서 확인하게 되는 사건의 실체로 이 소재는 조금 약하지 않나.




그래서 '백효안'의 순수한 정의감이 한층 더 어색하다. 그녀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데도 의문을 남기고 자살한다. 완벽한 여신의 마음을 무너뜨려 옥상으로 몰고 가 떨어뜨리려면 좀더 치밀했어야 한다.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다른 평범한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드라마를 보고 있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사회와 학교의 비리에 자신의 삶을 내던질 수 있을만큼 정의로운가? 그런 것들이 설명되지 않는다.

7부가 끝나고 대략의 사건에 대한 전말이 드러나면서, 내 머릿속에서 8화(마지막회)의 내용이 그려지면서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그래, 8화에서 백효안의 순수한 정의감이 어떻게 비롯되는 것인지, 친구들의 회상을 통해 이 아이가 어떻게 완벽한 여신이 되어가는지 그려낸 후 끝을 맺는다면, 정말 아름다운 결말이겠다. 그 때 나는 진심으로 '백효안'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녀를 이렇게 만든 학교와 사회의 비리를 저주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8화는 내 기대와는 달리 '서율'의 내적고민과 변화를 그리고 있다. 뭐,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라이', '안바우', '윤공지'의 에피소드들도 마찬가지다. 이 에피소드들을 묶는 테마는 '지금의 학교가 감싸고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8부작으로 하기에는 너무 큰 테두리다. 이야기의 핵심인 '부유층 자제의 부정입학'과 완벽히 스며들지 못하고, 각자의 이야기가 된다. '이라이'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 에피소드들은 테마로 얽히지 못하고 스토리 전개상 어색하게 묶인다. 아마 영화에서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약화되고 '백효안'을 둘러싼 핵심적인 이야기들이 강조되겠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드라마로서 충분히 가능한 시도다. 하나의 줄기로만 밀고 가기에 16부작은 길다. 곁가지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8부작은? 조금 애매한 감이 없지 않다.
1부에서 죽을지언정 핵심 캐릭터인 '백효안'을 조금 더 설득력있게 그렸어야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힘을 받고 다른 에피소드들도 적절히 약화시키면서, 더 탄탄하게 엮인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필름 카메라 느낌의, 홍콩 느와르적인 색감. 
배경음악, '슬픈 예감', 잠들지 않는 꿈', '점점' .
각 화의 인트로가 감각적으로 연출되면서, 매일매일의 드라마가 아니라 한편한편 공들인 영화를 보는 느낌.
사실, 훌륭한 점이 더 많은 드라마다. 아쉬운 점만 자세히 말해보자면 그렇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