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말, 샹그릴라.
"중국 윈난성[雲南省] 디칭티베트족자치주[迪慶藏族自治州]에 있는 현(縣)이다. 쿤룬산맥[崑崙山脈] 서쪽 끝에 있다. 원래 지명은 중뎬[中甸]이었으나, 2001년 샹그릴라라고 개명하였다. 샹그릴라는 티베트어(語)로 '마음 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이다. 티베트족·후이족·먀오족 등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으며, 그중 티베트족이 43%이다.
평균 해발고도 3,459m의 고산지대로, 산악지형이 전체 면적의 약 93%이며, 여름 평균 기온이 15℃ 정도이다. 눈 덮인 산, 계곡, 호수, 울창한 숲 등이 어우러져 경관이 아름답고, 동식물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의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 1933)에 나오는 지명이다. 지상에 존재하는 평화롭고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유토피아로 묘사되었다. 1997년 중국 정부에서 중뎬이 샹그릴라라고 공식 발표하였다. "
[출처] 샹그릴라 [香格里拉(향격리랍), Shangri-La ] | 네이버 백과사전
아직 꽃이 피지 않아 황량하기만 한 4월의 샹그릴라를 눈 앞에 두고서,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자는 없다. 그만큼 드높은 이름이다. 유명한 관광지야 세상 곳곳에 널려 있지만, 샹그릴라에는 그 곳들이 가지지 못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최근 서울시는 '해치'(상상속의 동물인 '해태'의 원말)를 상징물로 삼았다는데, 상징이란 이처럼 세상에 없는 것일수록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뭇 여행자들의 상상 속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던 샹그릴라라는 이름은,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형상을 얻는 순간 그 상징성을 잃어버린다. 샹그릴라, 그 지상낙원은 필시 늘 보아오던 것과는 달라야 할 텐데, 세상 속에 있는 것이 어찌 세상과 크게 다를 수 있을런지.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거부되는 진실, 우리가 '환상'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 참담한 실망감의 원흉은 제임스 힐튼이라는 소설가인가. 소설을 쓴다는 일은 그런 일인가. 좀더 생각해보면 더 나쁜 놈은 따로 있다. 소설가가 만든 '환상'에서 돈벌이를 읽어내고 흉물스런 '테마 파크'를 꾸려놓고서는 "자, 여기에 환상이 실재하고 있소!"하고 구라를 치고 있는 중국정부. 지상낙원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 자신감은 실로 대륙스러웠으며, 그 결과물은 참으로 'made in china'라 할 만 했다.
'made in china' 딱지가 붙은 지상낙원에서 나는 춥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호도협을 다녀온 후 잠깐 힘이 빠져서, 또 비행시간을 맞추기 위한 일정에 쫓겨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커피숍만 들락날락하다가 저녁에는 동행들과 양꼬치에 맥주나 마실 뿐이었다.
샹그릴라의 N's cafe에서 만난 누님은 그 골목에서 한국식당을 준비중이었다. “샹그릴라가 참 매력적이셨나봐요. 전 잘 모르겠어요” 도착한지 이틀도 못돼 그런 말을 하는 내가 딱했던지, 누님은 하던 일을 뒤로 미루고 내게 이런저런 여행이야기를 해준다. 누님은 6년전 다큐 “차마고도”를 촬영하던 감독님을 만나 따라다니게 되면서 진짜 여행이 뭔지 느꼈다고 했다. 여행지의 겉모습만 보고 다니는 여행이 아닌, 그 곳의 역사와 삶을 찾아가는 여행을 배웠다고 했다. 그렇게보면 그 어느 곳도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단다. 하다못해 우리가 이미 다녀온 따리에서도, 리장에서도 그녀가 본 것은 내가 본 것과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내가 고성마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겉모습, 내가 좋아하는 커피숍, 음식, 이름난 관광지들을 보고 있을 때, 누님은 박물관에서 이 도시의 대강의 역사를 알아보고, 별로 유용하지 않은 상형문자를 아직도 사용하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묻고, 사람들이 왜 비닐봉지를 쓰지 않고 잘 뜯어지는 허술한 종이가방을 쓰는지, 비슷해보이는 소수민족들을 구분하는 그들만의 사소한 문화차이가 어떤 것들인지 보고 다녔다. 둘러볼 때도 무조건 많이 걸어서 도시의 구석구석을 뒤져볼 때에야 진면목이라 할 만한 것들이 찔끔찔끔 보인다고 했다. 여행자 거리만 대충 둘러보고, 관광지의 입장료가 비싼 것에 투덜대고, 눈이 온다는 핑계로 방 안에서 늘어진 나는, 맞는 말들 앞에서 부끄러워졌다.
가장 작은 나쁜 놈은 제임스 힐튼이요, 더 나쁜 놈은 중국정부, 그리고 가장 나쁜 놈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지상낙원은 눈에 보이는 곳인가 보이지 않는 곳인가, 하는 사실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곳에서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내가 얼마나 깊이 알고 섞여드느냐에 따라서, 그 곳이 어떤 곳인지 결정된다. 낙원이냐 지옥이냐는 내게 달려 있다. 어떤 대단한 여행자들은 실제로 그런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의 발이 닿는 곳 어느 한 곳도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 없는, 구름을 타고 지상낙원들만을 떠 다니는 여행. 그런 의미에서 지상낙원이 세상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다고 할 수도 없는게 아닌지.
'답은 길 위에 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트만두. 네팔. 2010년 4월. (0) | 2013.07.11 |
---|---|
카레와 보이차. 쿤밍. 중국. 2010년 4월. (0) | 2011.09.04 |
호도협. 중국. 2010년 4월. (0) | 2011.09.04 |
수허고성. 중국. 2010년 4월. (0) | 2011.08.29 |
리장 고성마을. 중국. 2010년 4월. (0) | 2011.08.29 |